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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무등산 인문축제 |
’꽃 핀 쪽으로 뽀짝, 희망으로 뽈깡‘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이번 축제는 ’시대가 묻고 인문이 답하는‘ 동구만의 인문축제의 정체성을 강화시켜 기존의 지역축제와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여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단순히 먹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성찰과 사색의 시간을 선사하며 無等(무등)과 광주의 정신을 계승하는 인문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지구‘를 위한 인문축제 “생태환경과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다”
지난해 축제에서 ’쉼‘을 위한 동구 인문축제 '인문 For:Rest'를 선보였던 것에 이어 올해 축제에서는 ’지구‘를 위한 인문축제 '인문 For:Earth'를 콘셉트로 기후위기 감수성과 지속가능성의 메시지를 콘텐츠로 선보여 방문객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대표 프로그램인 생물 다양성 대탐사 ’생명을 기록하다‘에는 광주시민 30여 명이 참여, 무등산 편백숲에 살고 있는 생물종을 찾아 나섰다. 학운동 성촌마을 주민들은 무등산의 멸종위기종 동물들을 인형으로 제작해 선보였으며,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도 무등산에서 구조된 야생동물 사진전을 개최하는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무등산의 생태환경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광주전남녹색연합과 친환경자원순환센터, 기후환경비건네트워크 등 지역 내 환경단체들도 참여해 생태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으며, 폐막공연 ’쓰레기 피아노 아저씨‘ 이승규와 함께하는 ’업사이클 뮤직‘은 초등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대미를 장식했다.
●’한강‘ 작가 테마 프로그램…민주주의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 선사
’20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전 국민에게 위로와 기쁨을 전했던 한강 작가와 그의 작품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은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다.
먼저 ’‘소년이 온다’ 문학기행‘에는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일본의 독자 50여 명이 참여해 소설의 배경이 된 5·18 사적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달 31일 저녁에 진행된 ’한·일 독자의 밤‘에서 마이니치방송의 오오무타 치사코, 연극 프로듀서 우에무라 준코, 김철원 광주MBC 보도본부장, 이동순 조선대학교 교수 등이 5·18민주화운동과 ’소년이 온다‘에 대한 의견과 감정을 나누며 방문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한 축제장에는 샌드 아티스트 주홍 작가와 고근호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특별전 ’한강의 숲에서‘가 열려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특별전에서는 한강 작가의 소설을 테마로 한 작품들을 선보였으며, 시민들과 함께하는 낭독회도 열려 5·18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했다.
이 외에도 인문축제에서 가장 인기있는 공간인 편백숲의 ’북캉스‘ 프로그램과 김탁환 소설가와 최병수 설치미술가 등이 참여한 인문 토크, 의재미술관 사생대회, 청소년 인문 골든벨, 인문 동아리 책 수다 등도 큰 관심을 끌었다.
●시민사회단체 주도…성숙한 시민 의식 돋보여
지난해 축제와 큰 차이점 중 하나는 관(官) 주도의 행사에서 벗어나 시민사회단체가 대거 참여해 좀 더 자율적이고 풍성한 축제의 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광주전남녹색연합과 지역 극단 토박이 등 환경·예술 등 분야 100여 팀의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축제의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했으며, 이는 성공적인 마무리로 이어졌다.
이외에도 생태공간에서 열리는 축제인 만큼 ‘차(車)’와 ‘쓰레기’ 없는 축제를 지향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일회용보다는 돗자리·텀블러 등을 이용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발휘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임택 동구청장은 “올해로 3회째 열리는 이번 ‘동구 무등산 인문축제’는 볼거리와 즐길거리와 함께 이 시대 꼭 필요한 ‘생태 감수성’과 ‘민주주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사유하는 축제’로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면서 “축제 기간 내내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께 뜻깊은 시간과 소중한 경험이 됐기를 바라면서 내년에 더 의미 있는 축제로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lwh649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