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멜랑콜리아' |
'멜랑콜리아'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지구의 종말, 우울과 불안을 아름다운 비주얼과 압도적인 서스펜스로 그린,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우아하고 황홀한 SF 묵시록.
어린 시절부터 우울증, 불안증 등 각종 공포증에 시달리며 고통받아온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정신과 상담 중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어마어마한 일이 터졌을 때 보통 사람들은 완전히 패닉이 되지만 오히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대단히 침착하다’는 의사의 말로부터 '멜랑콜리아'의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지구의 종말을 앞두고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두 캐릭터의 모습은 영화의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만성 우울증을 앓고 있는 동생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은 역설적이게도 종말 앞에서 가장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지구는 사악해. 없어지더라도 아쉬울 거 없어”라고 말하는 그녀의 태도는 평소 이성적이고 안정적이었던 언니 클레어(샤를로트 갱스부르)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클레어는 거대 행성 ‘멜랑콜리아’가 지구와 가까워질수록 “바보 같겠지만 그 행성이 두려워” 라며 통제 불가능한 상황 앞에서 점차 무너져 내린다.
한편, 저스틴 역의 ‘커스틴 던스트’는 우울증으로 인한 내면의 공허함과 종말 앞에서도 초연한 태도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제64회 칸영화제를 비롯, 제46회 전미비평가협회상, 제38회 새턴상 등 다수의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당시 평단은 “절망에서 환희까지 쌓아 올린 커스틴 던스트의 연기는 단 한 순간도 거짓되지 않았다. 미치게 아름다운 영화”(Rolling Stone), “커스틴 던스트가 표현한 감정의 스펙트럼은, 이 캐릭터를 평생 알고 있었던 것처럼 완벽했다” (Philadelphia Inquirer) 등 환상적인 연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티크라이스트'를 통해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제62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언니 클레어 역을 맡아 이성적 인물의 심리적 붕괴 과정을 날카롭게 그려내며 커스틴 던스트와 완벽한 연기 앙상블을 완성했다.
그녀는 라스 폰 트리에 우울 3부작이라고 불리는 '안티크라이스트', '멜랑콜리아', '님포매니악'에 연이어 출연하며 라스 톤 트리에의 뮤즈이자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커스틴 던스트와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완벽한 연기 앙상블로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할 '멜랑콜리아'는 1월 28일(화)부터 메가박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원희 기자 lwh649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