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광역시장, 늦깎이 학생들과 ‘광주공동체’ 네번째 이야기 “글자 배우니 세상 다 얻은 것 같아요”

배움의 기회 얻지 못한채 일찍 생계 뛰어들어 평생의 한

이원희 기자 lwh6494@hanmail.net
2024년 12월 19일(목) 16:47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19일 오전 동구 전일빌딩245 1층 북카페 ‘소년이 온다’에서 열린 ‘함께 나누는 광주공동체 네번째 이야기’에 참석해 만학 어르신들과 문해교육 경험담을 공유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호남자치뉴스]“동사무소에서 이름 쓰라고 하면 글자 모른다고 말은 못하고 창피하니까 괜히 화를 냈어요. 놈(남)한테 도와달라고 해야되고. ‘김’가 인 건 알아도 김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게 기가 맥히죠. 평생 한이었어라. 근데 이제는 남 눈치 안 봐도 되고, 손주들한테 문자도 보내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아요. 이보다 좋은 날이 있을랑가요?”

꼭 모아쥔 두 손, 소녀처럼 말간 얼굴을 하고 저마다 늦깎이 학생이 된 사연을 전했다. 전쟁과 산업화의 풍파에서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고 일찍 생계에 뛰어들었다. 9남매 맏딸로 태어나 동생들 뒷바라지를 했고, 결혼 뒤에는 남편과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딸로, 아내로, 엄마로 억척스러운 인생을 당당히 살아냈다. 그럼에도 글자 모르는 설움은 평생을 따라다녔다. 혹여나 누가 손가락질 하지 않을까 남모를 속앓이를 했다.

평균나이 73세. 꿈만 꿨던 배움을 시작했다. 삼수 끝에 졸업장을 따고, 은행에 가서도 당당히 이름 석자를 쓴다. 자식과 손주에게 문자도 보낸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이 너무나 간절한 꿈이었던 소녀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19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오늘도 꿈을 이루는 소녀들’을 만났다.

강 시장은 이날 ‘함께 나누는 광주공동체 이야기’ 네 번째 만남으로 광주의 만학도들을 초대했다. 강 시장은 갈등해결사 마을활동가와 첫 만남을 시작으로 이주여성, 청년활동가 등 광주공동체 구성원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풀뿌리처럼 광주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시민들을 만나 소통하고 이를 통해 현장형 정책 수립으로 연결, 시민행복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날 만남에는 강기정 시장, 주민자치회에서 운영하는 한글교실 수강생들인 유장엽·임영애·김순희·최궁자 학생, 광주인재평생교육원 문해교육센터 박연순·김유순·윤일심 학생, 2024년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김광자 학생과 최정순 학생, 이들의 꿈을 지원하는 이교환 계림1동 주민자치회 ‘한글놀이터’ 교장, 한미준 광주희망평생교육원 이사장, 이보영 금호평생교육관 문해교육 담당자, 김정희 꿈지락인권마을만들기 마을활동가 등이 함께 했다.

지난 2020년 집계한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광주시 20세 이상 성인인구 중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중학학력 미만인 성인인구는 약 9만명(8.0%)으로 집계됐다.

광주시는 교육기회를 놓친 비문해 성인 대상 기초교육 확대를 통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평생교육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각 주민자치회 교육분과와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서도 한글교육과 디지털 문해교육 등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사업을 마을 곳곳에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쓰고, 읽고, 배우는 행복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나눴다. 또한 이러한 배움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하며 지속적인 제도적 지원에 대해 건의했다.

강기정 시장은 광주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대상을 받은 윤일심 학생의 시 ‘여든 살에 꾸는 꿈’ 전문을 읽으며 참석자들과 소회를 나눴다. 강 시장은 전쟁과 산업화 등 풍파를 맞섰던 만학도들의 꿈을 새겨들었다.

강 시장은 “누구보다 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동생을 돌보고, 교복 대신 일옷을 입었을 설움은 이 시대를 살아낸 수많은 어머니들의 이야기이다”며 “자신의 이름 석자로 불릴 때 행복하고,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어 행복하다는 어머니들을 안아드리고 싶다. 광주인재평생교육진흥원 등에서 문해교육 등에 부족함이 없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lwh64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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